

콘콘콘의 2024 개인회고


사람, 사람 그리고 사랑
[24년 회고록]
1. 프롤로그
아~ 정말 쉽지 않은 한 해였습니다. 아홉수, 삼재 이런 것들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살아왔는데, 그것이 이유였다고 생각하지 않기에는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던것 같습니다. 그래도 슬프거나, 힘들거나, 괴롭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24년이란 저에게 참으로 의미가 깊습니다. 그래서 이번 회고가 참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 ‘정지호’와 사업가로서의 ‘정지호’를 분리하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힘들었던것 같아서 적다가도 ‘정말 이렇게 힘들었나?’ 싶은 생각에 내가 적은 글이 나를 표현하는것 같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정지호는 어려운 질문을 마주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질문이고, 물론 힘든 일을 지나쳐왔지만 그런대로 잘 지나왔습니다.

참으로 오묘한 순간이고, 순간들이었습니다. 문득 글을 적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생이 참 주식 차트와 비슷한것 같다고요. 주식 차트를 30분 차트로, 혹은 더 작게 1분 차트로 보면 변동성이 참 큽니다. 수십번, 수백번 등락을 반복합니다. 그것을 바라보다보면 숫자 하나하나에 쉬이 흔들립니다. 하지만, 그 차트를 하루 단위로, 주 단위로 바꾸어보면 수백번의 변동이 모두 하나의 봉으로 나타납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 많던 이야기가 단 하나의 봉에 담겨집니다.

맞습니다. 참 많은 일들이 나에게 있었지만, 그 일 하나하나를 들여다보고 파헤치다보면 폭풍과도 같은 시간들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여러 순간들의 일부에 불과하게 느껴집니다. 회고를 하면서도 세세하게 적으려면 하나하나가 모두 어려운 순간들로 묘사되지만 멀리서 그려보면 그런대로 일상처럼 느껴지기에 그래서 어떻게 정리를 해야할까 쉽지 않았던듯 합니다. 그래서 솔직해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구태여 사건들을 비유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적기 위해, 그 순간의 감정과 지금의 감정 모두를 인정하고 적어봅니다.
2. 무슨 일이 있었는가?
사업을 시작했다.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서 어디서부터 적어야 할지 감조차 오지 않는다.
23년부터 스타트업을 하겠다고 많은 고민들을 지나왔고 그 해의 끝자락 즈음에 아이디어를 구체화 한 다음 팀을 모아 24년 1월 제대로 된 시작을 했다. 나는 왜 스타트업을 했을까? 왜 스타트업이어야 했을까? 웃긴건 그 질문을 아직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힘든거였나이 질문이 참 어려운 이유는 너무나 많은 ‘나’를 마주하기 때문인듯 하다. 투자자들 앞에서의 정지호가 스타트업을 시작한 이유, 심사위원들 앞에서의 정지호가 스타트업을 시작한 이유, 팀원들 앞에서의 정지호가 스타트업을 시작한 이유, 가족들 앞에서의 정지호가 스타트업을 시작한 이유.. 그 진심이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각각의 상황에 따라 내가 집중하는 것들이 달라진다. 그러다보면 모두 하나의 뿌리에서 시작한 진심들이 각자 자기가 뿌리였다는 듯이 만져진다. 내가 나를 잃어가는 것이고, 때때로는 내가 나를 속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업을 하며 가장 어려웠던 것은 ‘나’를 정의하는 것이었다. 배우는 것에 소홀했지만서도 내가 들어오고 배워왔던 ‘사업’은 ‘고객’이 중요한 키워드였다.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것. 그래서 더더욱 나의 머릿 속에는 고객이라는 단어가 자주 존재했다. 그들의 문제를 정의하고, 솔루션을 찾고, 가치를 도출하고.. 여전히 이러한 프레임워크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더욱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추구하냐는 것’이다. 지운이가 나에게 수십번도 더 건냈던 질문은 결국 ‘그래서 뭘 하고 싶냐는 것’이었다. 그 질문에 냉정하게 마주하는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왜냐면, 사업에서 중요한건 ‘나’보다는 ‘고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첫 사무실 현판(?), 한 달 있다가 나왔다하지만, 결국 중요한건 ‘나’였다. 고객에게 가치를 준다는 것도, 제품을 만들고, 그것을 파는 것도 모두 ‘나’와 우리 팀이 하는 것이다. 본질이 ‘나’라는 것을, 내가 나를 마주하고, 내가 되는게 역시나 가장 어렵다. 1년을 지나고 지나 마주한 것은 우리 팀의 이름 처럼 ‘Be yourself’였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
여전히 그것을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마도 내 삶과 영원히 함께할 질문이겠지 싶다. 그럼에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지나온 순간들이 모두 ‘나’였다는 것이고, 오늘의 ‘나’를 만든 것도 어제의 ‘나’였을 것이다. 이 순간들을 이끈 것은 나의 떨림을 믿고 나아갔기 때문이니 오늘에 집중하고 끊임없이 질문하며 나의 가슴을 믿고자 한다. 머리는 차갑고, 가슴은 뜨겁게.
절대 안흘러내린다는 브리즘, 좋은건 맞는데 안흘러내리지는 않는다사업을 이야기하며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역시나 우리 ‘팀’일 것이다. 소중한 나의 팀원들, 유빈, 도훈, 지운, 송언, 종준, 강민, 그리고 함께 했던 인연들, 준규, 수현 (*존칭은 깔끔하게 생략) 그들은 나에게 동료였고, 친구였으며, 형이자, 동생이며, 가족이었다.
많은 얼리 스테이지의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만나며 공통적인 것은 모두 ‘사람’이 가장 큰 스트레스라는 것이다. 물론, 아이템을 찾고, 고객을 찾고, 영업을 하고 모든 것들이 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 중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 때문에 참 많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참으로 감사하게도 너무나 소중한 인연들을 만났다. 이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내가 있기에 쉽지 않았을 것이 자명하다.
쉽지 않은 순간들이 많았지만 모두가 서로를 먼저 생각하고 신뢰하며 그 누구도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부족한 나를 믿어주었고, 각자의 자리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주었다.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모은 것일까. 매번 생각하지만 어려운 질문이다. 바보같은 사람들. 영원히 우리가 함께 할 수는 없겠지만, 그들의 시간들이 결코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다트 던져서 나온 지역으로 떠난 워크샵
석사과정 코스웍을 마무리 했다.
이렇게 졸업까지 했으면 너무나 좋았을테지만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하였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한 달의 몇 시간들만이라도 집중 했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을텐데 싶지만 적어도 그 순간들에 후회는 없다.
대학원은 여러 의미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도전에 앞서 내 스스로가 방황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학부 졸업을 미루고자 하는 마음은 없었다. 그러면서도 창업이라는 도전이 방향을 잡는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방향을 잡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들도,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하며 보여지는 것들에 의해 내가 영향을 받는 순간들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보여지는 것에 흔들리지 않고 굳건할 수 있다면 너무나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내 모습을 솔직하게 바라보고자 했고 대비하고자 했다.
하란이가 만들어준 원우회 임기 종료 감사 케이크두번째로는 막연한 사업의 두려움을 벗어내기 위함이었다. 나의 주변에 사업을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보니 나에게 사업은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흔히들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고 집안이 기울어졌다는.. 이야기를 자주 접한 탓에 사업은 실패하면 다시 일어날 수 없는 도전처럼 느껴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적어도 20대를 지나오며 나 스스로에게 ‘인생이 망한다’는 기준이 돈은 아니었다. 설령, 사업이 잘못 되었다고 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무엇보다 내 주변에 진심을 다해 열심히 사는 사람 중에 밥 굶는 사람은 없었고, 나 역시 그러리라 믿고있다. 그렇기에 이 막연한 두려움을 벗어내기 위해서는 무지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했다.
결론적으로는 그 이상의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사람’을 얻을 수 있었다. 뭘 해야할지 모른채로 고민만 참 많았던 23년에 원우 형님들은 언제나 할 수 있다며 힘을 주었고, 사업에 어려움이 있을 때도, 고민이 있을 때도 털어놓고 도움주신 수많은 인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소중한 기억들을 많이 얻었다. 더 열심히 집중하지 못해 아쉽기도, 더 많이 다가가지 못해 죄송하기도 하지만 감사한 기억들이 참 많은 시간이었다.

사랑의 의미를, 범위를, 방법을 다시금 느끼고, 알게되었다.
올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 관계를 시작해나가며 또 다시 부서지는 경험을 하였다. 언제나 오만이라는 감정은 내 안에 조용히 싹트며 내 스스로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나아가는데 있어 발목을 붙잡기 마련이다. 여자친구를 만나기 전과 초반에는 왠지 관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건강한 방향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관계에서의 ‘정답‘을 내가 깨달았다고 자만했다. 하지만, 진정 불변의 법칙은 언제나 변하지 않는 ‘정답’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 세상을, 이 세상 속에 살아가는 우리내의 삶 속에서 마주치는 무수히 많은 관계 속에서 하나의 방식을 정답으로서 정의하며 그것을 맹신하는 것은 역시나 위험한 발상의 시작이다. 그런 면에서 여자친구는 나보다 더 스스로를 돌아보는 방법에 대해 많은 노력의 시간을 가졌고, 그러한 여자친구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이 관계 속, 나의 모순 속에서 오만과 자만을 마주할 수 있었고 부끄럽지만 그것을 깨부시는 시간을 헤쳐왔다. 짧지만, 가득찬 시간을 거듭하며 나는 나를 바라보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고, 상대를 바라보는 자세를, 그리고 나아가 우리 둘을 넘어 이 삶을 바라보는 자세에 대해 다시금 고민할 수 있었다. 물론, 당연히 이러한 생각이 나의 삶을 하루 아침에 바꾸어 주는 것은 아닐테지만 이것이 조금 더 내가 바라던 모습에 근접해가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3. 무엇을 느꼈는가?
모든 순간들에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 때로는 차가우리만큼 남에게 관심이 없는 ‘나’지만서도 사람들의 따스함들이 나의 주변에 함께 한다는 것을 느꼈다. 매 해가 지날수록 남는 것은 감사함을 표현하지 못한 후회인듯하다.
‘나’에게 집중하는 것은 중요하다. 너무 당연한데 참 어렵다. 나에게 잘맞는 방식이 있을텐데 무엇인지 찾는게 어렵다. 무엇보다 냉정하게보면 내가 매사에 열정적이지는 않아 발생하는 것일 확률이 높기는 한데 그렇다고 모든 것들에 열정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기에 잘 맞는 방법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결국, 중요한건 집중하는 것. 나는 그것을 ‘사랑’하는 것으로 정의해보려고 한다. 무언가를 사랑하면 그것에 몰두하게 되고, 깊이 탐구하게 되고, 열정적이게 된다. ‘나’를 사랑해야 하고, 내 곁의 인연들을 사랑하는 것. 단순히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라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집중하고, 들여다보며 느끼는 것.

4. 아쉬원던 점
너무 쉽게 지친다.
정신적으로던, 신체적으로던 치이고나면 모든 것들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그런 순간들에 놓치는 것들이 많고, 후회되는 일들이 자주 생긴다.
신체적인 체력을 기르는 것이 우선적일것 같은데.. 이 내용은 뒤에서 후술하겠다.
집중하지 못한 것
대표적으로 실리콘밸리 갔었을 때가 생각나는데 실리콘밸리 현지 투자사를 만나기 전에 어떻게 말할지 내용이라도 정리 했었어야 했는데 준비가 너무 부족했었다. 그렇다보니 앞에서 제대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고 스스로에게 정말 후회가 많이 되는 순간이었다.
대부분 인생에서 후회되는 순간들은 그때그때 충분히 집중하고, 느끼지 못한 것이었는데 그게 참 어렵다. 무엇보다 앞서 이야기한 이유처럼 모든 것들을 충분히 집중하고, 느끼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는게 참 힘들다. 말 그대로 힘들다.

5. 주요 영역별 회고
건강/자기관리
가 중요하다는 것을 매번 느끼지만 역시나 큰 발전은 없었던것 같기도..
그래도 헬스장을 끊고 가끔식 나가기는 했다.. 다만, 고민이 많아 머릿속이 복잡할수록 잘 안나가는 경향이 매우 크다.
퇴근을 조금이라도 더 일찍하면 갈 가능성이 늘어날것 같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출근을 일찍해야 되지 않나 싶다. 출근을 일찍하기 위해서는 더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아침 잠 줄이는게 진짜진짜 어렵다.. 20년동안 어려웠다..
30살을 맞이한 기념(?)으로 올해는 건강검진을 한번 받아야 할듯 싶다.
그래도 체중에 큰 변화는 없다는 것.. 크게 아픈 부위가 있지는 않다는 것이 그나마 긍정적으로 평가..ㅎㅎ

재정
사업하면서 돈을 많이 쓰기는 했다. 무엇보다 수입과 소비를 잘 기록하지 않다보니 더더욱 세는 돈이 많지 않았을까 싶다. 가계부를 쓴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을텐데 내가 못쓸 것이라는 것을 무엇보다 내가 제일 잘 안다. 아하하하하하하ㅏㅏ
모아둔 돈의 대부분은 일단 현재 집 전세금에 들어가 있는 상태이고, 그 외에 남은 목돈은 작년 연말에 증권 계좌로 옮겨두었다. 그 전까지는 회사에서 정산 때문에 현금 보유량이 중요해서 예금 통장에 그냥 두었는데 다행히 회사 보유 현금이 조금이나마 생기기도 했고, 법인으로 전환하기도 해서 증권 계좌로 넘겼다.
짧은 투자의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나의 투자 성향을 보았을 때는 ETF에 넣어두는 것이 제일 적합하다고 판단하여 S&P500을 추종하는 ETF와 나스닥 추종 ETF, 배당주 ETF 일부에 분산하여 넣었다. 그리고 일부는 단기 채권에 넣어 변동성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기쁜.. 일은 아니지만 최근에 환율이 폭등하며 나스닥 지수가 조정되는 상황에서도 빨간 불이 꺼지지는 않았다.. 모두 미장에 넣은 것을 잘 한 일이라고 해야할지..(먼 산)

6. 2025년을 위한 다짐
일단 감히 목표부터 선언
영어 회화 공부
실리콘밸리에서 외국 투자자들에게 우리 사업 아이템을 설명하는데 정말 진땀 흘렸다. 일반적인 대화에서는 사실 부족한 어휘력과 문법들로도 의사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기에 크게 문제 의식을 느끼지는 못했는데, 비즈니스 회화는 다르다는 것을 여실히 느낀 계기였다. 이런저런 언어 배우기보다 영어 하나라도 제대로 해보고 싶다.
코딩 공부
우리 팀의 메인 랭귀지인 Dart를 배우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무엇보다 급박한 순간에 내가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게 문제로 느껴졌다. 그 외에는 개발자였다는 사람이 우리 제품 코드 하나 제대로 못들여다본다는게 스스로에게 조금 아쉬웠다.
우…우….운…..ㄷ…..운동
ㅜㅠㅠ하는게 싫지도 않고 하고오면 좋은데 하러 가는게 제일 어렵다. 아마 다들 그렇겠지.
자전거도 다시 타고 싶은데 헬멧을 아직도 못찾고 있고.. 헬스장은.. 위에서 회고 했던 대로 일하는 방식을 조금씩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

25년 새해의 해를 마주하며(실제로 구름에 가려 안보였지만) 빌었던 소원은 나의 방향을 내가 찾고, 정의하는 것. 그리고 미칠듯이 열중하는 것이었다. 그렇기를 바란다.
1년뒤의 나에게: 감사하며 살자!



